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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블로그에 당첨되어 독립영화 단편 3편을 보게 되었다. 위치는 인디플러스. 브로드웨이극장안에 있다. 브로드웨이를 몇 년만에 방문했는지 모르겠다. 에이스벤츄라를 보았던 기억이 있다. 아주 어릴적에 말이다.
20여분의 단편 영화 3편을 보았다. 대학생이 주인공이라는 점만 빼놓고는 3편은 독립적이다. 내가 감독이라면 20분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까? 1초라도 아까워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화면에 꽉 채워놓지 않을까? 그렇다고 판단되는 여러 상징들. 그렇기에 짧은 시간의 영화였지만 더욱 집중하여 볼 수밖에 없었다. 두 번 볼 기회는 없다는 생각으로, 하나라도 더 느끼고 싶은 마음에서.
첫 번째 단편은 꾼이다. 철거촌에서 연대 투쟁하는 순수 청년이 주인공이다. 이 영화는 여러 의외성을 준다.
첫째로, 아직도 이런 곳이 있나 싶다. 서울 한복판에서 개발의 논리로 주거지역을 철거하는 곳 말이다. 용산사태가 일어난지 얼마나 지났다고. 하지만 우린 무관심하다. 아니 무관심할 수 밖에 없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자신의 세계는 한정되어진다. 그 이상을 꿈꾸는 것은 탈출이지, 철거현장의 현실이 아니다. 어쩌면 모두의 삶이 철거현장과 같은 전쟁터라서 우리는 타인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자신의 생존에 대한 지독한 생존본능과 탈출을 위한 쳇바퀴 같은 노력들. 모두가 그렇게 살기에 별다를 것 없는 타인의 전쟁터에 관심이 없는 것 아닐까? 너무나 닮아있어 진부하니까 말이다.
둘째로, 이런 상황에 주인공은 너무 순수청년이다. 우리 시대에 이런 순수청년이 아직도 있을까? 나 또한 선악이 분명했고 폭력을 투쟁수단으로 삼지 않았던 간디를 깊이 존경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때의 내 모습에 의구심이 든다. 폭력은 안된다. 투쟁은 원리원칙을 지켜야 한다. 전쟁터의 삶과 죽음이 갈리는 현장에서 어떤 규칙이 존재할 수 있을까? 난 그 때 순수한 것이 아니고 순진했던 것 아닐까? 그렇다면 주인공은 너무 순진한 것 아닐까? 가장 이상적인 인물은 가장 비현실적 인물이다.
셋째로, 철거용역직원 또한 하나의 용병일 뿐이라는 점이다. 즉 이 사람은 악의 대표가 아니다. 거친 언행과 행동을 하지만, 순수청년과 다를바 없는 위치를 점한다. 그가 용역대표에게 욕 먹으며 두드려 맞던 장면을 보며 순수청년 보다 더 힘든 투쟁의 현장에 있다고 느꼈다. 그가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순전히 우연이지 않을까? 순수청년과 용역직원의 위치가 바뀌어도 이 영화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드러나는 행동은 다르겠지만, 내용은 똑같을 것이다. 학교 운동회에서 청팀 백팀의 형식상 구분과 다를바가 없다.
이런 의외성들을 뒤로 두고 하나의 의문이 떠오른다. 머가 잘못된걸까? 먹이사슬구조의 전쟁터 속에서 진정한 적은 누구일까? 난 모르겠다. 정말로.
두 번째 단편은 졸업과제 이다. 다큐형식과 픽션이 혼합된 형식이다. 졸업과제를 찍어야 하는 감독의 초조함을 제출기한이 다가옴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감독이 주인공 연기도 하는데 정말 코믹해서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시간의 순서로 펼쳐지는 초조함, 불안감들이 여러 상징들의 나열되는 것을 빼놓고서는 큰 감동은 느끼지 못했다.
우선 주인공 강아지 이름. max와 locke. 영화 장면중에 칸트 수업이 나오고, 버클리와 로크가 나오는 것 봐서는 감독이 철학전공 혹은 철학에 대한 관심이 아주 큰 것으로 보인다. 교양수업치고는 너무 깊이 가있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아지 이름 max는 마르크스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막스와 로크는 무슨관계가 있을까? 그냥 감독이 좋아하는 철학자 일거라는 추측을 해본다. 이것이 약간 허세로 보일 수도 있다.
게다가 주인공의 죽고난 직후의 인터뷰라는 설정 또한 삶과 죽음에 대해서 질문을 하지만, 묵직한 느낌은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꼭 묵직해야할 이유가 있겠냐만은, 그랬다.
결론은 가벼운 터치의 상징들의 유희정도로 난 받아들였다.
세 번째 단편은 캠퍼스 이다. 대다수 학생의 대학생활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가장 큰 등록금 문제를 중심으로 주인공 둘은 방값, 생활비, 등록금을 위해 닥치는데로 알바를 한다. 결국 자해 공갈까지 진출하는데.
어렸을 때 부터 궁금했던 적이 있다. 사립대학교의 주인은 누구일까? 난 반반이라고 본다. 그런데, 학생들은 그 반의 지분을 충분히 행사하고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자신의 실력행사만 충분히 했어도 등록금 문제가 이렇게까지 심각해졌을까?
주인공과 비정규직 청소아줌마가 싸우는 장면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같은 편끼리 싸우게 만드는 교묘한 편가르기. 이것이 학생들이 지분의 절반을 가지고도 실패하는 이유라고 본다. 상대쪽 절반은 소수 또는 하나이고, 이쪽은 다수이고 이해관계의 스펙트럼이 넓다. 즉 분열되기 딱 좋은 구조이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영화답다고 느꼈다. 영화답다는 느낌은 기존의 극장에서 본 상업영화 같다는 뜻이다. 화면들의 진행이 걸리적 거리지 않고 매끈하다고 느꼈다. 잘 만들었다고 표현할 수도 있고, 아니면 독립영화의 의외성, 거침, 팔딱거림, 등 이런 것이 없다고도 볼 수 있겠다. 앞의 두 편의 신선함 때문에 진부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아쉽다.
세 편 모두 대학생과 대학생활이었다. 나의 대학생활은 어땠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게다가 대학생 하나하나는 한 개인의 삶이지만, 그 삶이 이뤄지는 사회 구조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나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해준 3편의 영화였다. 뜻 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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