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혁을 기억하며

기타 2017. 10. 31. 01:40

  어렸을 때 '광식이 동생 광태'를 극장에서 보았다. 자신의 찌질함을 반성하기 힘든 20대의 남자들에게 그는 반성보다는 공감이었고, 자신의 찌질함을 반성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광식은 찌질함의 표본이었다. 그렇게 20대 내 마음속에 김주혁이라는 배우는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작품을 따라다니며 챙겨볼 정도의 팬은 아니지만, 끊이지 않는 작품과 기사들 속에서 그저 공기처럼 늘 옆에 있는 듯한 배우였다. 좋은 배우였고, 계속 좋은 배우였으리라는 당연한 기대감들.


  우리는 가능할 것 같은 것에 기대를 갖는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내가 하늘로 솟구친다든가, 공간 이동을 한다든가)과 당연한 것을 기대하거나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다 당연한 것이 사라지면 그 헛헛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갑자기 추워진 찬바람처럼 너무 뜬금없는 소식이라 믿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더 헛헛하다. 여전히 난 찌질하기에, 난 여전히 광식이기에.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연한 것의 역설  (0) 2018.02.14
본질적 아재  (0) 2018.01.18
어쩌다 어른 강성태 편을 보고  (0) 2017.10.20
자막 없이 음악방송을 보고싶다.  (0) 2017.03.26
알파고와 윤리  (0) 2016.03.14

Posted by elench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