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읽게 되었다. 글은 대체로 평이하게 쓰여져 있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빠르게 읽을 수 있다.


  '할 수 있다' 시리즈류의 실용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현재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고, 여전히 영어에 질척이는 나에게, 이 책에 끌리는 건 인지상정인가 보다. 그래서 서평 이벤트를 신청했고, 운이 좋았는지 선정되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난 왜 이 책을 '도전기'가 아니라 '성공기'라고 읽었던 것일까? 책을 읽다가 저자가 이 책은 도전기이다라고 스스로 다시 얘기하기까지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만큼 외국어 학습에 맘이 지쳐 있었나 보다.


  이 책의 장점이랄까? 외국어 학습에 왕도가 없음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고, 실재로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저자가 4개의 외국어를 도전하고, 각 외국어시험에 도전해서 성공한 것만 보면 무언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저자가 50대 아저씨라는 것이란 사실은,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가 이 책에서 서술하듯 그는 사실 평범한 50대 중년이 아니다. 거의 초인(?)적 노력을 한다.


  거의 10년을 매 주말마다 외국어 학원에 등록한다. 주중에도 가능하면 다닌다. 그리고 업무문제가 아니라면, 빠지지 않고 다니며, 수업이 끝나면 틈틈이 복습을 한다. 출퇴근 시간 전철안의 시간을 그는 절대로 허투루 쓰지 않는다. 


  여기서 비판적으로 바라보자. 혹은 냉소적으로 보자.


  매주 학원비를 10년간 투자할 수 있는가?


  매 주말을 외국어 학원에서 보낼 수 있는가?


  매 출퇴근 시간을 외국어 공부에 할애할 수 있는가?


  예/복습을 할 수 꾸준히 할 수 있는가?



  하나하나 얼핏 보면 굉장히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것을 꾸준히 한다는 것이 대단한 것이다. 그리고 이게 가능한 사람과 가능하지 않은 사람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절대 불가능하지 않겠지만, 가능하도록 만드려는 그 노력에서 잃는 것이 분명히 많다고 생각한다.(여름철 하루일과표만큼 평범한 게 있었던가?)


  학교에 공부잘하는 친구가 공부를 잘하면 특별히 잘하는 비법이 있었을까? 글쎄. 다들 그러지 않나? 교과서 위주와 예/복습, 수업시간에 집중했어요....이게 과해지면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라는 말도 안되는 결론으로 비약하고, 우리가 모두가 그럴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그리고 쉬워보였던 것이 쉽지 않게 되는 상황 속에서 좌절하게되고,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그 굴레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속에서 자책하는 나. 나는 의지박약이구나.


 이 책의 저자에 대입해볼까? 그는 의사다. 그는 기본적으로 학습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없고, 학습하는 것이 익숙하며, 학습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게 우리가 보통 말하는 학습능력인 것이다. 천재형 머리는 차치하더라도 말이다.(저자가 실재로 그럴지도 모른다.) 


  시도하고, 그것을 꾸준히 하는 것, 이 책이 말해주는 너무너 평범해서 비범한 메세지다. 따라서 그의 도전기는 차라리 역경을 이겨내고 개천에서 용난 케이스라는 내용의 책이 었다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외국어 학습이 스펙과 연결되는 절박한 현실에서 이 책의 저자의 도전기는 너무나 명랑했다. 50대 의사 아저씨의 외국어 학습 취미생활처럼 읽혔다. 실재로 책 곳곳에 그런 뉘앙스가 풍긴다. 우연한 계기에 그냥 시작한 우연한 외국어 학습과 시험 도전이야기. 


  '50대 중년의 외국어 도전기'라는 것 앞에 숨어 있던 전제가 너무나 많았고, 그 전제에 대해 우리는 암묵적으로 오독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평범한) 50대 중년의 외국어 도전기.  <-아마도 출판사와 우리가 읽고 싶은 지점일 듯.


  (실재로는 그렇게 평범히지 않은) 50대 중년(의사)의 외국어 (10년학원생활)도전기.


  50대에 중년에 방점을 찍는다면 절대로 안되는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을 집어든 나를 포함한 그 누구라도 스스로를 속여서는 안된다고 본다. 이 책은 절대 평범한 사람의 얘기가 아니다.


  물론 우리가 시도하고 그것을 꾸준히 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시도이고, 그것을 이어갈 수 있는가? 난 꾸준함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평범한 다수는 그게 쉽지 않다. 따라서 이런류의 책은 언제나 그렇듯 가벼운 마음으로 참고하는 정도로 보는 정도의 책이라고 본다. 


  이 책이 얘기하고 있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외국어 학습에 왕도가 없다. 결국 꾸준함이고, 꾸준할 수 있냐는 역시 각자의 몫일 것이다. 



Posted by elench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