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음

망원동 일등식당 뼈다귀 해장국

elenchus 2018. 2. 3. 21:52


(이제 보니 촛점이 나갔네)


한 끼를 한국식으로 가볍게 해결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한국식 패스트푸드? 하지만 영혼이 담긴 음식이 있다면? 김밥이 끼니만을 위한다면, 국밥류는 술한잔 걸칠 수 있으니 진정한 서민 음식이 아닐까? 서민의 음식은 값싸고, 푸짐하고, 맛있어야한다. 이제 서울에 그런 음식을 찾기는 쉽지 않다. 양은 차치하고 비싸고 맛이없다. 세 가지 조건 중 어떤 것이 기본이 되어야할까? 아무래도 가격이겠지. 그러나 가격을 낮춰놓으면 맛과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지만, 맛도 못맞추고, 가격도 비싼 그냥 의미 없는 음식이 되버린다. 그럴 바엔 더 맛난걸 먹겠지.


그래서, 어렸을 때 먹은 맛있고 저렴하고 푸짐한 한 끼는 서울에서 더 이상 찾기가 힘들다. 늘 아쉽기에 어디서 괜찮은 집이라고 들려오면 한번쯤은 꼭 찾아가보게 된다. 이 집도 그런 집이다. 


어렸을 때 먹은 뼈다귀의 맛은 정말 신세계였고, 틈나면 즐기는 음식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비싸고 맛이 없다. 고기는 퍽퍽하고, 야박하고, 국물은 들깨와 조미료 범벅인 그런 뼈다귀해장국. 그래서 다시는 안가리라 마음먹었지만, 먹고 싶은 맘은 내 맘대로 안되지 않는가?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보게 되었다. 고기의 양이 이 정도고 6천원이면 나쁘지 않다. 가보자 해서 가보게 되었다.


가는 도중 검색해본 바로는 방송에 나왔다고 하던데. 방송을 별로 신뢰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고기 많은 6천원 뼈다귀해장국이니까 상관없다 싶었다. 그거면 되니까. 도착하니 손님들이 너무 많았고, 포장줄도 상당했다. 한명이라 그런지, 쉽게 1인석을 차지했다. 혼자라서 행복한 (드문?) 경우라고 할까? 그렇게 앉아서 기다리니 한 뚝배기가 나왔다.


처음 든 생각은 푸짐하다. 실한 뼈가 세 덩어리나 들어있다. 고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신선한 뼈의 골을 빼먹던 기억이 있는 나에게는 골이 없는게 아쉬웠다. 국산 신선한 돼지뼈 해장국이라면 가능했겠지만, 그러면 아마 한덩어리거나 가격이 만원에 육박했겠지. 그저 감사하며 먹었다. 살은 나름 잘 삶아져 잡내도 없고, 촉촉하고 맛있게 먹었다.

국물은 맑아서 좋았다. 들깨가루가 왕창 들어가서 끈적거리거나 질감이 높지 않았다. 매운맛도 높지 않아서 아주 좋았다. 국물을 즐길 수가 있었다. 


근래 제일 싫은 것이 청양고추 또는 다대기와 들깨가루의 남용이다. 매운맛을 남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물을 무엇으로 덮는 짓을 왜 하는 것일까? 아마도 자신이 없어서거나, 아니면 감추려하는 것이 아닐까? 또한 들깨가루도 따로 내어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 들깨 가루 넣으면 웬만하면 국물이 구수해진다. 하지만 난 들깨탕을 먹으러 간것이 아니지 않는가? 제발 따로 내어주면 좋겠다. 좋은 집은 아무것도 안해도 좋으니까. 



결론은 맛있게 먹었다. 또 가겠냐고 하면 아무리 같은 서울 하늘 아래지만 또 가지는 못하겠다. 교통도 애매하고. 정말 생각나면 가겠지만, 나에게는 너무 멀다. 동네라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을 먹으러 갈텐데. 평범한 동네식당이 희귀해서 벌어지는 내적 갈등이 아닐까싶다. 정말 생각나면, 그리고 배고파 이성을 상실하면, 아마도 또 찾아가지 않을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