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마이클 샌델
센댈의 열풍이 한참이나 지난 후에 특가로 구매해서 읽게 되었다.
정의의 열풍은 거셌던 것 만큼이나, 세상은 더욱 부정의해진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가 끊임없이 던졌던 질문은 이제 대답할 기력조차 남지 않은 것 같다. 니체식의 '원한의 감정'을 우리는 전부 가슴속에 품고 있을까?
특정 열풍에 뛰어들 정도로 가슴이 뜨겁지 못한 나로서는 센댈 열풍이 달갑지 않았다. 그냥 기질이 그런가보다 생각한다. 너무 유명한 노래는 일부러 듣지 않는 반골 기질이랄까? 그렇지만 이 책을 읽는 순간, 정의에 대한 열풍은 차치하더라도 센댈이 그냥 스타 강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탄탄한 논증과 풍부한 예시를 통해 미국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존엄, 덕, 시민의 의무 등을 말이다. 이는 경제학자들이 한탄하는 인간의 가장 비이성적인(설명하지 못할) 측면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간 사회의 비이성적 행태는 '선물'이었다. 경제학자는 선물보다 현금을 주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고 주장한다.)
미국 사회를 기본 배경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미국 자본주의의 적나라한 예시가 가득하다. 우리나라 자본주의는 정말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미국은 돈이 될만한 것은 팔고, 모든 것을 돈이 될만하게 만든다. 대리모, 돈받고 대신 줄서주기, 얼굴에 문신을 하는 광고 등 등 너무 많은 예가 있지만, 나에게 가장 충격적 예는 유명 메이저리거의 팔수술 후 나온 뼈조각을 경매에 부치는 행위였다.
예의 논란만을 만드는 센댈이지만 그의 질문은 명확하다. 그러기에 그의 주장 또한 명확하다. 우리 삶의 영역에서 시장의 논리를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것이 분명히 있고, 시장의 논리를 받아들이는 순간, 공공영역은 급격히 훼손될 것이라 주장한다. 따라서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질문하는 것은 시장 논리 지평에서의 질문이고 이는 잘못된 질문이다. 시장이냐 아니냐를 질문해야하고 왜 시장이 아닌 영역이 중요한지를 우리가 숙고할 것을 요구한다.
이 책은 미국이 저 정도였나 싶을 정도로 미국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부차적 효과도 있지만, 저런 척박한 환경에서 싸워나가니 강한 센댈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해본다. 미국에서도 논란이 되는 제도를 효율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수입하려는 우리나라의 태도에 경종을 가하는 또다로 효과가 있다고 본다. 사실 정의를 묻게 되는 것은 정의가 훼손되었을 때가 아닌가? 잃기 전에는 소중함을 모르는 게 어리석은 인간이라지만, 보고 좀 배웠으면 좋겠다.